선암사는 차로 유명하다.
선암사 차는 야생차로 구증구포를 하여 매우 고가에 판매되고 있고, 구하는 사람은 많고 양은 적어 항상 모자란다고 한다.
언젠가 선암사의 지허스님이 한국 녹차에 대해서 책을 썼었는데 그걸 보고 일지암의 여연스님이 뭐라고 반론을 한 적이 있다.
그 책에는 차 얘기뿐만 아니라 조계종과 태고종의 오랜 싸움(일제시대 후 불교계의 자체정화가 아닌 외부의 힘에 의한 정화를 하다보니 일어난 법란, 우리 현대불교사의 비극이다.)에 대해서도 썼는데, 여연스님의 반론은 차뿐만 아니라 그런 해묵은 감정까지 실려있는 듯 했다.
아무튼 선암사는 전통의 차부엌이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선암사 경내 칠전선원 부엌을 통해 들어가면 아름다운 수각이 나타나는데 4단으로 돌확이 배치되어 물길이 흐르게 되어 있다.
이곳은 전통 차를 얘기하는 글에 가끔 사진으로 실리기도 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데 워낙 깊숙히 있어 일반인들이 찾아보기가 어렵다.
담너머엔 넓게 펼쳐진 차밭이 있고 수각에는 물이 흐르고 바로 옆에 작은 마루가 있어 차마시기엔 기가 막히게 좋은 장소다.
더구나 옆 부엌에는 바로 차를 덖어 만들 수 있는 솥과 화덕이 있어서 금상첨화인데 너무 허술하게 관리되고 방치된 것 같다.
만일 이런 곳이 일본에 있다면 이렇게 보여주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따스한 날 수각 옆 마루에 앉아 차 한 잔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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