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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이야기

차와 이야기

홍인 단상
제목 홍인 단상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작성일 2008-11-20 01: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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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66
  • 평점 0점

처음 보이차를 접하면 누구나 겪는 일이 있다.

바로 용어의 생소함인데, 암호같은 7542, 8582, 7572, 남인, 녹인, 홍인....어쩌고 하는 말에 당황한다.

나도 처음 보이차를 알게 되면서 홍인이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 중국 선불교의 5조인 홍인선사를 떠올렸었다.

차 이름을 홍인선사의 법호를 따서 지었는가 싶었고 차와 불교가 관계가 있으니 그럴수도 있겠다고 혼자 추측하였다.

그러나 알다시피 홍인은 포장지 인쇄의 글자 색에 의해 이름이 붙여졌다는걸 알고는 머쓱해진 적이 있다.

 

동산에서 불법을 펴던 홍인의 문하에 뛰어난 두 제자가 있었으니 혜능과 신수였다.

어느 날 홍인은 제자들에게 게송을 지어보라고 하고, 법을 바로 말 한 자에게 전법하겠다고 공포하였다.

그러자 수제자였던 신수는

 

身是菩提樹· 心如明鏡臺· 時時勤拂拭 勿使惹塵埃·

 

몸은 보리수요/ 마음은 밝은 거울이다/ 때때로 털고 닦아/ 먼지가 끼지 않게 하라

 

라는 게송을 지었고 모두가 찬탄하였다.

 

일자무식이었다고 전해지는 혜능은 다른 이에게 대신 글을 쓰게 하여 다음과 같은 게송을 짓는다.

 

菩提本無樹  明鏡亦非台 本來無一物  何處惹塵埃

 

보리수는 본래 나무가 아니며/ 명경 또한 대가 아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거늘/ 어느 곳에 때가 낄 수 있으리

 

이 게송을 본 홍인은 밤에 몰래 혜능을 불러 가사와 발우를 전하고 멀리 남쪽으로 도망가게 한다.

신수를 추종하던 일파에게 쫓겨 남방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오래 뒤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어 법을 전하니

바로 선불교의 6조 혜능으로서 중국 남종선의 맥을 잇는다.

신수는 북종선을 이끌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 또한 남종선이 주도권을 잡고 난 뒤의 꾸며진 이야기라는 설이 설득력이 있다.

어쨌든 보이차를 생각하면 홍인이 떠오르고 홍인을 생각하면 중국 선불교가 떠오르는 기억의 연상작용이 일어난다.

 

다시금 보이차를 마시면서 생각건대,

차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한 건 아닐까, 너무 많은 시간을 차에 빼앗기지 않는가, 차로 인해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해지진 않았는가 하는 성찰을 해 보게 된다.

그러면서 혜능의 '本來無一物' 이란 게구가 눈 앞에 번쩍 한다.

 

본래 한 물건도 없거늘...차에 대한 집착도 이와 같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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