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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이야기

차와 이야기

습창차를 만들어보다
제목 습창차를 만들어보다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작성일 2008-11-20 01: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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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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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에 습창차를 한번 만들어 보았다.

깨끗한 청차를 열과 습을 가하면 어떻게 변할까 싶어서 시도해 보았는데 역시 예상했던대로의 결과가 나왔다.

먼저 최근 2004년과 2003년도 차와 1992년 차, 그리고 1988년 차를 샘플로 선정하고 항아리에 넣어서 열과 습도를 높였다.

약 1주일간 두고 보았는데 항아리 뚜껑을 여니 항아리에는 물방울이 제법 많이 맺혔고 열기가 확 올라왔다.

어떤 차에는 약간의 백상이 부분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항아리 뚜껑을 열어 차를 말리며 며칠 그대로 두고, 차가 다 마른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습과 열을 가하였다.

2~3일 후 항아리에 물방울이 맺힐 정도가 되면, 다시 차를 말리기를 몇차례 반복하였다.

그러기를 한 달 정도 계속하고, 차를 꺼내서 완전히 노출 시킨 상태로 거풍을 몇 주간 시켰다.

 

강제 습창의 결과를 보면,

첫째로 차의 색깔은 확실히 짙어졌다. 거무튀튀하게 표면이 변하였고,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마치 오래된 차처럼 보였다.

두번째로 차를 우려보면 탕색도 매우 짙어져서 우선 보기엔 노차처럼 보인다.

세번째, 차의 맛은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어떤 잡맛이나 불쾌한 향이 나지 않는다.

물론 오래 동안 습창을 시킨 것이 아니고, 다른 불쾌한 맛이 안나게 자주 꺼내서 거풍을 시키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있다.

다음, 결정적인 것은 차 맛의 깊이가 없다. 맛이 심심해져서 차기를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원래 실험 전, 근년의 차 맛은 제법 떫고 쓴 맛이 강했는데 고삽미는 많이 줄었지만 차의 맛에 깊이가 거의 사라져버렸다.

92년과 88년의 차도 타차여서 병차만큼 부드럽지는 않았는데 실험 후에는 맛이 너무 심심해진 결과가 나왔다.

 

얼마 전 80년대 말 차라고 하는 보이차를 품차한 적이 있었는데 병면의 색은 거의 그 연대처럼 보였는데 차 맛이 80년대 말의 차라고 하기엔 고삽미가 좀 더 남아 있었을 뿐 아니라 차가 너무 심심해서 그 연도의 깊은 맛이 나지 않아 분명히 장난을 친 차라고 생각했었는데 실험을 해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그리고 차를 우린 후 엽저가 겉보기엔 그럴듯 했지만 결국 문질러보니 자연 상태로 세월을 보낸 차와는 달리 엽저가 문드러졌다.

찻잎이 탄력도 없고 삶은 나물처럼 작은 힘에도 문들어져서 강제 습창시킨 차의 한계를 보였다.

여름에 습도가 높을 때 차를 마셔보면 차가 심심해졌다가 가을에 접어들면서 다시 제 맛을 내는 경험을 해보신 분들은 습창차가 심심하다는 걸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습창을 시켜 장난을 친 노차를 누구나 골라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요즘은 습창의 기술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결국 강제로 발효를 앞 당긴 차는 표가 나는 법이다. 좋은 차를 많이 마셔보고 주의를 기울여 차를 관찰한다면 아무리 교묘하게 기술을 넣은 차라고 해도 알 수가 있다.

차의 맛, 엽저의 색깔, 엽저의 탄력성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엉터리 차는 어디에선가 티가 나는 법이다.

 

공연히 쓸데없는 실험을 하여 차만 몇 개 못쓰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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