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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이야기

차와 이야기

골동 보이차, 판타지
제목 골동 보이차, 판타지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작성일 2008-11-20 00: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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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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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의외로 수행을 하는 사람이 많다. 소위 도를 닦는다고 세간에서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 중에 오류를 범하는 부류가 있는데, 주로 구(口)도사들이다.

이들의 수행에 대한 지식은 한없이 많고 말은 청산유수, 각 수행문파에 대해 모르는게 없다.

각 수행방법이나 단체의 장단점도 훤하게 꿰뚫고 있고 수행단체를 이끄는 스승들에 대해서도 누구는 깨달았네, 누구는 못깨달았네, 어쩌고 하면서 거의 창조주 수준으로 평가를 한다.

그러나 한참 듣고 있으면 허탈하기 그지 없다. 정작 본인은 깨닫지도 못했고 수행도 제대로 하고 있질 못하다.

또 자신의 아만과 아집으로 상대방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벽을 허물줄도 모른다.

아마 자기자신도 돌아가서는 허탈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차(茶) 동네에서도 그런 사람을 가끔은 본다. 책에서 본 글이나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들의 특별한 경우를 바로 일반화 시켜서 자기 주장처럼 하고 차를 마시는 즐거움보다는 차를 토론하는데 더 치중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차에 대해서 이제 눈을 조금 떴거나 처음부터 그릇되게 차를 배운 사람들이다.

차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니 세상의 모든 차를 다 아는 것 같고 마치 전문가가 된 듯한 그 기분,...다 안다.

그런 시간을 누구나 겪기 마련이다.

다만 그런 때를 슬기롭게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다른 차인들의 의견에는 막을 치고 순전히 타자로서 고정시켜 바라보는 안좋은 습관을 들인 사람도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보이차의 구도사들은  대개의 보이차 서적들을 다 읽어보고 꽤 유명하다는 전문가들의 얘기도 다 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차의 맛을 모른다.

이거 이상하다. 주객이 전도 된 것 아닌가?

 

차는 마시는 것이고 기호음료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보이차의 역사, 차의계보, 보이차 주변의 이런저런 이야기가 아니고 이 차가 마시는데 괜찮은 차인가, 그 다음에 맛은 내 입에 맞는가가 제일 중요하다.

차는 폼으로 마시는 것도 아니고 지식으로 마시는 것도 아니다. 차에 대한 지식은 다만 좋은 차를 고르는데 부수적으로 도움이 될 뿐이다.

보이차 계보를 엮어놓은 책을 아무리 달달 외고 있어도 차 맛을 구별하지 못하면 헛 일이고 보이차의 포장이나 내피가 아무리 책에 있는 것과 같아도 차 자체가 시원찮으면 그 차는 마시지 않는게 좋다.

몇몇 보이차 전문가라는 사람들(어떤 저자는 기실 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책은 좀 부지런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글발이 좋아서 책 하나 쓰고는 전문가연 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고.)이 쓴 보이차 책을 무슨 경전처럼 신봉하는 일은 이제는 그만둘 때도 되었다.

특히 오래된 골동 보이차라는 것을 포장만 보고 또 어쩌다 마셔보고는 어떻게 그 차를 평가할 수 있으랴.

 

좋은 차를 구별하는 법은 좋은 차를 꾸준히 마셔보는 방법 밖에 없다.

꾸준히 마셔서 입이 좋은 차를 기억할 때가 되면, 실력때문이든 고의든 간에 잘 못 만든 차를 자연스레 구별해 낼 수가 있다.

지식이 차를 구별해내는 것이 아니라 입 맛이 차를 구별하는 것이다.

오래된 골동차들이 의외로 많이 나타나는데 호자급의 송빙, 동경, 복원호 같은 것이나 인자급의 홍인, 녹인 등을 과연 누가 많이 마셔보았을까? 누가 그 차가 바로 이 차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이제는 그런 역사 속의 차들은 판타지일 뿐이다.

보이차를 마시는 것을 인생의 중요한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진품을 찾기도 힘든 골동차를 마신다고 혹은 마셔보았다고 뻐기는 사람들이나, 책 속의 골동차의 설명과 모습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그것 자체가 '골동 보이차'의 시뮐라크르일 뿐이다.

 

보이차는 건강에 좋은(기실 제대로만 먹으면 건강에 안좋은 식품이나 음료가 있으랴) 기호음료이다.

다만 차라는 것이 다른 음료와 달라서 마음과 몸을 정하게 해주면서도 인문적 요소가 더 있다는 점이 다르다.

모든 차의 지식은 껍데기이다. 입으로 좋은 차를 구별해서 윤택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즐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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